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종양내과 의사가 된 딸이라는 소재는 다소 클래식하다. 에세이라는 책의 특성상 흐름은 뻔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장을 읽었을 때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종양내과 의사가 된 건 아니라는 저자의 말까지도 클래식하다고 생각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내용은 아버지를 암으로 잃은 가족으로서 그리고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환자를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우리나라의 척박한 의료시스템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던 시절 저자와 그 가족들은 의료진의 냉담한 반응과 불친절함에 서운함과 서러움을 느꼈다. 아마 대부분의 환자들이 그렇게 느낄 것이다. 삼 교대를 하며 수많은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 환자 한 명당 10분도 안되는 시간을 배정받은 의사들, 아픈 몸과 마음에 죽어가는 환자들과 더 괴로운 그 가족들은 제각각 사연으로 힘들게 버티고 있었다.
주변에 아픈 사람이 없어서 이런 척박한 상황 속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몰랐다. 암에 걸려서 죽을 날이 3개월도 안 남은 환자에게 10분 안에 설명해야 해야 하기에 충분히 환자를 안심시키고 의료적인 상담을 제공할 수 없는 의료진, 그런 의료진에 사무적인 태도에 상처받는 환자와 가족들의 마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이 책을 읽고 놀랐다.
사실 나도 의사보다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했기에 평소 다큐멘터리 등을 보면서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은 왜 환자가 묻는 말에 대충 대답하고 지나갈까, 좀 더 친절하고 오래 설명해줄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근본부터 잘못된 의료체계와 사람을 영혼까지 갈아서 돌아가는 한국 특성상 이런 상황은 필연적이라고 느껴졌다.
그저 그런 의사의 에세이가 아닌 생각해 볼거리가 많은 책이었고 얇고 술술 읽혀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았다. 친구와 가족들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은행나무 서평단을 통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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