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4

[문학동네 서평단] 비와 별이 내리는 밤-메이브빈치

비와 별이 내리는 밤에는 그리스의 작은 도시 아가아안나에 각자의 이유로 삶의 터전을 떠난 여행객 4명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슬프고 우울한 이야기를 메이브 빈치 특유의 따뜻함으로 풀어나간다.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남자친구 셰인 때문에 고통받는 피오나, 믿었던 애인에게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상처받은 엘자, 이혼 후 새로운 가족이 생긴 아들을 받아들이기 힘든 토머스, 가족들의 일방적인 사랑에 질려버린 데이비드가 안드레아스의 타베르나에서 만난다.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4명의 여행객은 서로를 만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간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는 말처럼 자신의 삶에서 도망친 그들은 과거에 얽매여 힘들어했다. 하지만 보니와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

서평 2020.02.16

[황금가지 서평단] 감겨진 눈 아래에

“저희 어머니도,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늘 말씀하셨어요. 여자가 일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승진을 하려면 ‘명예 남성’이 되어야 하는 세계라고. 일을 잘하는 남자들의 세 배쯤은 노력해야, 그 무리에서 가장 하찮은 남자와 비슷한 정도로 일을 잘하는 것으로 봐 주었다고요.” (P.245) ‘감겨진 눈 아래에’는 총 7편의 단편으로 과거부터 미래까지 다양한 상황 속 여성 혐오와 가부장제를 담은 소설들로 구성되어있다. 제물로 바쳐진 여자, 새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모녀, 길을 가던 여성을 폭행한 남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의 삶을 망가뜨린 아버지, 폭행을 일삼던 남편을 살인하여 사형을 선고받은 부인 그리고 시녀 이야기의 한국판인 감겨진 눈 아래에로 이루어진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소설이라지만 소름 ..

서평 2020.02.16

[을유문화사 서평단]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김경민

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문화재 약탈과 반환을 둘러싼 논쟁의 세계사 김경민 지음 유럽인은 자신들이 미개하다고 여겼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고대 문명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 잠시 혼란에 빠진다. 그들을 지배하기 위해 '문명 대 야만/ 서양 대 동양'이라는 차별적 이분법을 적용했지만, 실재 동양의 뛰어난 문명이 서양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p.216)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문화재 약탈 부분에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글이 전개된다. 왜 서구에서 문화재 약탈이 시작되었는지, 영국을 중심으로 그들의 문화재를 반환할 수 없는 법적 근거를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들의 유산이니 원산국에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국제법과 국내법의 복잡한..

서평 2020.02.16

[은행나무 서평단]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종양내과 의사가 된 딸이라는 소재는 다소 클래식하다. 에세이라는 책의 특성상 흐름은 뻔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첫 장을 읽었을 때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종양내과 의사가 된 건 아니라는 저자의 말까지도 클래식하다고 생각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내용은 아버지를 암으로 잃은 가족으로서 그리고 환자를 돌보는 의사로서 환자를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우리나라의 척박한 의료시스템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던 시절 저자와 그 가족들은 의료진의 냉담한 반응과 불친절함에 서운함과 서러움을 느꼈다. 아마 대부분의 환자들이 그렇게 느낄 것이다. 삼 교대를 하며 수많은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 환자 한 명당 10분도 안되는 시간을 배정받은 의사들..

서평 2020.02.16